조선시대(朝鮮時代)/근대 회화(近代繪畵)
의재 허백련 필 어은도(毅齋許百鍊筆漁隱圖)
鄕香
2013. 2. 4. 12:25
이 어은도는 수묵의 雨景山水畵로 작가의 文氣짙은 趣意가 한껏 발휘된 명품입니다. 산천경개가 자욱한 煙雨 속에 묻히고 그 속에 어렴풋이 드러난 나무들과 물가에 배를 띄우고 도롱이를 입고 낚시를 드리운 漁翁의 자태는 이것이 그림인지 시인지 참으로 형용할 수 없는 감상에 젖어들게 합니다. 비록 소품이기는 하지만, 다시 보고 싶어지고 또 보면 볼수록 새로운 차원의 세계가 전개되고 있어 작가의 예술에 대한 천성을 가히 말하기가 두렵습니다. 중국 북송 때의 산수화의 대가인 곽희(郭熙)는 그의 저서 <林泉高致>에서 산수의 종류를 可行 . 可望 . 可遊 . 可居(갈만한 곳, 볼만한 곳, 놀만한 곳, 살만한 곳)로 구분 하였는데, 가행 . 가망의 산수는 가까운데서 흔히 걸어가 볼 수 있거나 한번쯤 훑어 볼만한 평범한 산수를 가리키며 可遊 . 可居는 멀고도 깊은 곳에 있어 흔히 가볼 수 없는 곳이어서 隱者들이 사는 깊은 산중과 같은 곳을 말합니다. 이 '어은도'는 실로 可行 . 可望할 수도 있거니와, 여름철의 안개비가 내리는 때가 아니면 설령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한없이 멀 수도 있어 제철이 아니면 정말 얻기 어려운 경관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곽희의 山水訓의 可遊 . 可居의 산수와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은도/漁隱圖>
韓國 近代 / 毅齋 許百鍊(1891~1977) 筆 / 紙本水墨 cm / 個人所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