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의 흔적

고구마 꽃

鄕香 2012. 8. 10. 09:29

 

 

보름 전쯤 여느 때나 다름없이 하소뒷산 산책을 나섰다. 

길가 풀 섶에 핀 작은 꽃들을 허리를 굽히거나 쪼그려 앉아 들어다 보며 '등넘어 약수터'로 향한다.

그곳은 다소 평평한 골짜기로 소나무 울창하고 바가지로 떠 마시는 샘이 있고

수평 대와 철봉대, 허리 돌리기, 윗몸 일으키기 등 간단한 운동시설도 있어

산책을 하다 일차로 또는 마지막으로 쉬기 좋은 곳이기에

산책코스를 어느 길로 잡던 꼭 거치는 곳이기도 하다.

간단한 운동을 하고 샘터에서 물을 한 바가지 떠서 마시고 돌아섰는데

약수터 옆 잡초 무성한 한쪽에 

어느 분이 일궈 심은 고구마 밭에 메꽃이 세 송이 피었다.

언젠가부터 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 버릇이 들어 카메라를 꺼내 다시 보니

꽃이 지려는지 꽃잎 끝이 안으로 말려 있어 사진 찍기를 단념하고 그냥 왔었다.

 

 

그 후 보름이 지난 오늘 아침 일어나 배달된 조선일보를 보는데 고구마 꽃이 피웠다며 사진이 기재되어 있다.

아니, 고구마도 꽃이 피나 싶어 자세히 보니 보름 전에 하소뒷산 등너머약수터에서 본 메꽃과 똑같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 고구마 밭에서 본 꽃이 메꽃이 아닌 고구마 꽃이었던가 싶어 카메라를 들고 단숨에 달려갔다. 

내 생전 고구마 꽃을 본적도 없지만 고구마가 꽃을 피운다는 것도 난생처음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꽃이 있을까, 싶어 마음 졸이며 불이 나게 달려간 '등 너머 약수터' 고구마 밭에

아, 그 꽃은 졌지만 새로 또 꽃을 활짝 피우고 또 꽃망울을 돋우고 있었다.   

 

 

 

어려서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도 논 밭이 마을과 어우러져 있던 시절에 

그냥 흔히 밭 둔덕이나 울타리에서 본 메꽃과 너무도 닮았습니다. 

식물교본을 보니 메꽃과(―科 Convolvulaceae)에 속하네요.

요즘 날씨가 습하고 무더워 마치 아열대지방 같더니 열대지방에서나 볼 수 있다는 고구마 꽃이 피운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아열대 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식물에서나 해조류에서나..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분꽃에서 열대림에서 산다는, 벌새를 본 적도 있습니다.

왕탱이라고 부르는 큰 말벌보다 조금 더 굵어서 어린이 손가락 만 한데

꽃 속에 긴 주둥이를 넣고 몸을 한곳에 정지하기 위해 

날개를  위아래로 뒤집어 가며 날갯짓을 어찌나 빠르게 하는지

저 작은 새에서 어떻게 저런 에너지가 나올까 싶어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고구마 꽃 왜 이리 투명하게 찍히질 않을까

구름낀 이른 아침(조식 전 06시 50) 가장 접사가 잘 되는 시각과 흐린 날씨인데도

찍어서 컴퓨터에 올려보면 모두 꽃잎이 선명하질 못하고 하얗습니다.

다른 꽃은 안 그런데 꽃잎에 형광물질이라도 있나봅니다.

 

 

 

 

<고구마>

메꽃과(―科 Convolvulaceae)의 식용식물. 아메리카 대륙 열대지역이 원산지이나 열대와 따뜻한 온대지방에서도 널리 기른다. 가지과(―科 Solanaceae)에 속하는 가지속(―屬 Solanum)의 감자 또는 마과(Dioscoreaceae)에 속하는 마속(Dioscorea)의 마와 혼동하기도 하는데, 이들과는 식물학적으로 서로 상관관계가 없다.

 

 

줄기는 길게 땅 위를 기어가고 잎은 갈라지거나 갈라지지 않으며, 그 모양이 다양하다.

꽃은 깔때기 모양으로 붉은 자주색이고 잎겨드랑이에 모여 핀다. 먹을 수 있는 부분은 아주 커진 덩이뿌리로, 방추형, 긴 타원형, 뾰족한 계란 모양 등 여러 가지이다. 뿌리의 색깔은 여러 가지인데 안쪽은 흰색에서 오렌지색 또는 보라색을 띠기도 하고, 바깥쪽은 연한 황갈색에서 갈색 또는 자주색을 띤다. 뿌리에는 녹말이 아주 많고 오렌지색을 띠는 변종에는 카로틴이 풍부하다. 고구마는 통째로 또는 짓이겨 요리하여 먹거나, 파이의 속으로도 쓴다.

 

 

고구마는 미국 남부, 아메리카 대륙 열대지방, 태평양의 따뜻한 섬, 일본, 소련, 한국 등에서 기르고 있다. 영양생식(營養生殖)으로 증식해 뿌리나 잘라낸 줄기에서 싹이 나고, 사질양토(沙質壤土)와 같이 부슬부슬한 땅에서 가장 잘 자란다. 수확을 많이 하려면 적어도 4~5개월간 날이 따뜻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말린 고구마에서 녹말과 알코올을 얻기 위해 오래 전부터 농작물로서 심어왔다. <자연백과 인용>

 

 

교과서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영조 39년(1783)부터 고구마를 심기 시작했다고 하며 

그 당시 일본에 사신으로 갔던 사람이 고구마를 들여온 것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보다 일찍 고려 우왕 때 1차 대마도 정벌이 있었고,

조선 태조 때 2차 정벌과

세종 때 3차 대마도정벌을 한 적이 있었으니, 이미 그 당시 들어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반드시 영조 때부터 고구마를 심었다고만 볼 수만 없는 이유입니다.

고구마는 흔히 간식으로 먹지만 옛날에는 쌀이 떨어졌을 때 밥 대신 먹기도 했습니다. 

또한 고구마는 알코올이나 녹말의 원료로도 쓰이며,

특히 녹말로는 당면을 만들고. 줄기나 잎을 나물로 먹으며 가축의 먹이로도 쓰였습니다.

 

 

새벽같이 나가 찍어온 사진이 또렷치 못하여 아침을 먹고 다시 찍으러 나섰습니다.

산책길에 들어서니 보슬비는 아니고 이슬비라고 해야 하나 어쨌거나 빗방울이 내립니다.

우산을 가지러 다시 가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가서 다시 찍어 왔으나

컴퓨터에 올려본 사진은 투명함 없는 실망스러움 뿐입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100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고구마 꽃이랍니다.

그 만큼 행운이 담긴 꽃을 이 나이 살도록 못 보다가 이제 보았으니 앞으로 살아가는 삶에 행운이 있으려나 봅니다.

이 고구마꽃 사진을 보신 분들과 행운을 나누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2012년8월10일- 鄕 -

 

 

《대마도 정벌》

 <1차 정벌>

고려 1389년(창왕 2년) 음력 2월에 '박위'가 병선 1백 척을 이끌고 쓰시마 섬을 공격하여 왜선 300척을 불사르고, 노사태(盧舍殆)를 진멸하여 고려의 민간인 포로 남녀 1백여 명을 찾아왔다.

<2차 정벌>

1396년(조선 태조 5년) 음력 12월 문하우정승(門下右政丞) 김사형(金士衡)이 오도 병마처치사(五道兵馬處置使)가 되어 쓰시마 섬을 정벌하였다.

<3차 정벌>

1419년(조선 세종 1년)에 이종무(李從茂)장군이 이끈 정벌로, 조선에서는 기해동정(己亥東征) 또는 기해정왜역(己亥征倭役)이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오에이노가이코'라고도 부른다. 당시 대마도에서는 누카다케 전쟁(糠嶽戰爭)이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