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사진

제천시 금수산 망덕봉 산행

鄕香 2011. 7. 25. 09:07

아침 눈을 비비고 일어나 창밖 하늘부터 본다. 온통 안개가 자욱하여 하늘도 천지도 몽탕 회색이어라. 비라도 왔나 싶어 창문을 열고 내려다보니 아이들 학교 가는 길은 보송보송하다.  이런 날은 낮이면 엄청 무덥고 볕이 뜨겁지, 가득이나 없는 내 머리 다 빠지게 생겼네,

시각을 보니 06시, 몇 번을 확인한 출발시간, 분명 운동장에 09시까지 모이는 것이니 오늘은 일찍 밥을 먹고 조선시대 양반걸음으로 가도 운동장까지는 땅 집고 해엄치기지 생각하고 돌아서려는데, 안개가 걷혀 가며 후드득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닌가! 허참, 저 비 양반되기는 틀렸지. 땀에 젖느니 차라리 비에 젖는 것이 상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산에 처음으로 가 본 것은 국민학교시절 여름방학에 과천사시는 고모님 댁에 놀러갔다가 보슬비가 내리는 날, 고종형을 따라 관악산으로 회양목(도장나무)을 채집하러 갔을 때었지, 그 당시 관악산은 회양목자생지로 엄청 많았는데, 가계가 어렵던 시절 그곳 과천사람들은 그 회양목을 지게가득 채집해서 서울에 정원수로 내다팔아 생활에 보탰지요. 그리고 또 한 번은 광주(지금의 성남시 하대원동)외가에 갔을 때 외삼촌을 따라 땔감을 구하러 갔었는데 당시 산은 천둥벌거숭이로 온통 시뻘건 속살을 내보이고 있었던 기억뿐이었지요. 그리고 산행이란 걸 처음으로 한 것은 5년이 되었는데, 산행신청을 해서 비가 오면 비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 내리는 대로 그 묘미를 즐겼기에 비가 내리니 오히려 시원해 좋겠다 생각하는데, 허참, 이번엔 비가 멈췄네. 그래서 아까 생각대로 느긋하게 밥을 먹고 08시에 집을 나서 운동장에 도착하니 30분도 채 안 걸렸습니다. 운동장 한켠에 버스가 있고 올레의 여러 형제자매님들이 일찌감치 오시어 서성이고 계신다. 시각이 되니 드디어 버스가 출발, 헤아려 보니 모두 27분 자리가 넉넉하다. 버스임대료나 될 런지.. 잠시 걱정을 하면서도 한 칸 두 자리를 차지하니 편해서 좋다는 변덕이 든다. 사람은 하루에도 수십 번은 마음이 바뀐다니 여우보다 더 간사스런 동물이 아닌가. 앞 TV 모니터를 보니 버스가 가는 앞 도로가 화면에 방영되고 잔잔하게 음악까지 흐르니 어떤 화면보다도 신선하다. 그렇게 화면을 통해 망덕봉 가는 길은 청풍호의 잔잔한 평화로움을 담으며 눈은 한 장면이라도 흘릴세라 분주하고 즐거웠다. 오랜 만에 함께하는 앞좌석의 송운님의 지적이고 선비다운 모습을 뵈오니 반갑고 마음에 평화로움을 느낀다. 이 또한 행복이 아닌가! 들머리에 도착하여 내리고 보니 뿌연 연무 속 아스라이 산은 운무를 몸에 감고 머리를 내민 채 나를 맞는다, 오, '경이로운 모습이여 오늘 저희들을 굽어 보살펴 주옵소서.' 마음으로 겸허히 당부를 드린다. 그다지 더운 날씨는 아닌데도 산길을 오르자니 땀이 옷을 적신다.

그 끈적임에 차라리 비가 왔으면 싶다. 젊어서(2~3년 전)는 아무리 땀이 나도 이런 불편함(끈적임)을 느끼지 못했는데, 나이를 먹긴 먹었나보다. 들어선 산길은 해묵은 낙옆이 덮인 흙길로서 소위 말하는 육산길인데 폭신하고 나무가 무성해 흙과 나무가 품어내는 신선한 공기와 풍요로운 숲이 시원하고 상쾌한데 산을 안고 가니 바람 한 점 없고 땅의 열기로 그야말로 찜통이다. 살 좀 빼야겠다는 분들은 오늘 제대로 된 산행이다 싶다. 그렇게 등성이에 오르니 제법 바람이 불어 시원함을 준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암벽이 막아서고 있다. 두 발로 안 되어 네발로 오르고 그도 안 되어 설치된 밧줄을 잡고 오르니 그 아슬아슬한 재미에 더위는 어느 덧 사라지고 내 본연의 근성이 살아난다. 본디 나는 흙을 밟는 그 폭신함 보다는 골(뼈)이 불거지고 솟고 깎아지른 암벽의 절묘함을 더 즐거워한다. 그렇게 가다보면 또 포근하고 정겨운 여인의 품속처럼 향기로운 살내음이 자극을 주는 흙길에 나른해진다. 이는 골산(바위산)은 남성, 육산(흙산)은 여성을 의미하니 양기가 음기에 소모되는 자연의 이치이겠지, 즉 자매님들은 골산에서 피로를 느끼고, 형제들은 육산에서 나른함을 느끼지 않나 생각된다. 그렇게 다다른 망덕봉은 그대로 여인의 품속처럼 아늑한 육질의 둥글고 펑퍼짐한 봉우리였다. 소모된 양기를 충전할 수 있는 골각이 뾰족하고 정기가 품어지는 골산이겠거니 생각했던 나의 기대가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앞서 오른 몇 분이 식사를 하기에 망덕봉에서 좀 벗어나 한 그늘에서 끼니를 때우고 나서 망덕봉으로 와보니 세 분이 식사를 마치고 계셨다 많은 다른 분들이 안 보이기에 상천 계단쪽으로 간 줄 알고 어떻게 할까 망설이고 있는데 송 대장이 오신다. 어느 쪽으로 가느냐고 방향을 여쭈니 오던 길을 가리키신다. 오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린다. 내 짐작으로 계단쪽으로 갔다면 완전 낙동강 오리알 짝 날 번했잖은가. 송 대장을 따라 내려가니 갈래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라고 하신다. 하산 길은 나에게는 완전 환상적인 길이다. 내리지른 바위에 손맛 도 좋고 아슬아슬 그 재미에 그 짜릿한 맛은 내 고향 여자보다 좋았다. 그래도 결국은 내 고향 여자 닮은 묘 자리로 가겠지만, 이렇게 한참을 내려오니 낯설지 않은 곳이 나타난다. 재작년 6월 서울 살 때 이곳 신선봉을 나 홀로 산행했다가 이곳 귀로에서 탈진해서 죽을 고비를 넘긴 곳이 아닌가! 그 생각을 하니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내린다. 이렇게 다시 이 자리에 서 있자니 만감이 오간다. 그런 생각으로 오늘 내려온 길은 전에 내가 내려간 정방사쪽이 아닌 어름골이다. 계곡 들머리에 연맹차가 참으로 반가웠던 것은 그만큼 기진했던 것이 겠지 계곡에선 많은 올레님들이 금수삭악님이 수고해 마련한 한방삼계탕으로 오장에 영양을 공급하느라 야단법석이 따로 없었네. 시원한 물가에서..  이런 행복이 있음에 그 고마움을 이렇게라도 표현합니다. 제천시산악연맹 관계자 분들께 진정한 고마움을 드립니다.  

 

 

 

 

 

 

 

 

 

 

 

 

<꼬리진달래>

키는 1~2m 정도이다. 줄기 마디마디에서 가지가 2~3개씩 나와 나무 모양이 반구형(半球形)을 이룬다. 잎은 어긋나지만 가지 끝에서는 몇 개씩 모여난다. 잎 앞면은 초록색이나 하얀 점들이 있고 뒷면은 갈색의 비늘 모양 털들이 달린다. 꽃은 6~7월에 가지 끝에 총상(總狀)꽃차례를 이루어 피며 하얀색의 꽃부리는 깔대기처럼 생겼다. 열매는 9월에 익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상북도·충청도·강원도에서만 볼 수 있는데 반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나 생장속도는 느리다. 때때로 관상용으로 심고 있으나 물이 잘 안 빠지는 곳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며 공해에도 약하다. 조산백(照山白)은 잎과 꽃을 말린 것으로 한방에서는 기관지염을 치료하거나 지혈약으로 쓴다. 참꽃나무겨우살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우산대나물.>

 

 

 

 

 

 

 

 

 

 

 

 

 

 

 

 

 

 

 

 

<꼬리진달래> 이곳 지방에 와서 처음 본 꽃나무인데 나무와 잎은 연산홍 닮았고, 꽃은 토끼풀 꽃처럼 생겼습니다.

 

 

 

 

 

 

 

 

<중닭을 당귀.오가피.음나무와 함께 삼베주머니에 각각 한마리씩(1인분)넣어 푹 고아 끊인 한방삼계탕, 물가에 앉아서..> 

<한방삼계탕으로 몸보신 하고 후식으로 수박을.. >

 

2011년7월24일 (일요일) 제천 금수산에서, 제천시산악연맹 산행.  -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