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에 그냥
꽃이라 하시니.. (월출산 동백꽃)
鄕香
2011. 3. 17. 00:11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나도 그에게로 가서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월출산 동백>
김춘수 시인은
릴케와 꽃과 바다와 이중섭과 처용을 좋아했답니다.
시에서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의미의 두께를 벗겨내려는 '무의미 시론'을 주장하기도 했고요.
교과서를 비롯해 여느 시 모음집에서도 빠지지 않는 시가 '꽃'이며
사람들은 그를 '꽃의 시인'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