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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줏빛 제비콩깍지
鄕香
2010. 10. 4. 20:22
한 때는 용광로와도 같은 열화로 앞만 보고 살았건만, 어느 새 현실에서 옛 추억을 찾아 오늘도 방황하는 걸음. 소시 적 내 살던 서울의 변두리 왕십리는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집 앞 텃밭에 배추 꽃, 장다리가 피고 호박벌 윙윙대며, 마당 한 견 꽃밭에 채송화 활연 . 과꽃 . 백일홍 . 봉숭아 . 맨드라미 등이 소담스레 수줍게 웃으며, 아침 이내 피어나고, 저녁 땅거미 질 무렵이면 이집 저집 굴뚝에서 모락모락 하얀 연기 피어오르던 60년대의 왕십리가 지금은 아파트로 뒤 덮여 흔적도 없으니 고향이 있어도 그 옛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실향민이 따로 없지요. 나이 들어 그립고 보고 싶은 것은 뒤안길의 추억들, 그 추억을 찾아 볼 수 있는 것에 행복합니다. 제천에 머무는 이유이자 즐거움이지요.
울타리를 타고 자라 보라 꽃에 자주 빛 콩깍지가 달리던 제비콩, 꽃은 제비꽃을 닮았고 콩깍지는 제비꼬리 깃처럼 날렵하게 생긴 제비콩, 수십 년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자줏빛 곱게 물든 콩깍지와 꽃처럼 설레는 마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제비콩과 나팔꽃이 어우러져 서로가 닮았나봅니다. 보랏빛 자주색...
잔뜩 흐린 하늘을 향해 밝고 화사한 얼굴로 활짝 웃음 짓는 보랏빛 제비콩 꽃망울, 자줏빛 콩깍지... 너 참 곱구나!
2010/9/4 제천시 의림동 어느 집 담장에서. 仁鄕